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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파과 도서의 저자 소개, 줄거리, 주제 분석, 느낀

by 옥이랑 2025.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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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 구병모가 쏘아올린 감성 누아르

파과 - 구병모가 쏘아올린 감성 누아르

『파과』는 구병모 작가가 그려낸 독특한 여성 킬러의 이야기로, 스릴러적 요소와 인간 내면의 심리를 섬세하게 결합한 감성 누아르입니다. 은퇴를 앞둔 여성 킬러 ‘조각’의 마지막 나날을 통해 삶의 무게와 존재의 의미를 탐색합니다. 독창적인 시선과 절제된 문체로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저자 소개 -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서사의 장인, 구병모

구병모는 2009년 『위저드 베이커리』로 데뷔한 이후, 현실과 환상을 절묘하게 섞은 서사로 독자들의 주목을 받아온 한국 현대문학의 대표 작가입니다. 그는 장르적 색채가 강한 이야기 속에서도 인간 본질에 대한 깊은 탐구를 잊지 않으며, 특유의 간결하고 밀도 높은 문장으로 독자의 감정을 강하게 끌어당깁니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청소년 소설이었지만, 이후 『한 스푼의 시간』, 『밤의 여행자들』, 『네 이웃의 식탁』 등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르는 작품들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파과』는 스릴러와 감성소설의 경계를 허물며,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나이든 여성 킬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독특한 설정은 여성 서사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며, 구병모 작가 특유의 통찰과 문체의 힘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줄거리 - 늙은 여성 킬러의 마지막 임무

『파과』는 60대에 접어든 여성 킬러 ‘조각’이 주인공입니다. 젊은 시절부터 조직의 지시에 따라 사람을 제거해온 그녀는, 지금은 폐가 가까운 육체와 흔들리는 감정을 간신히 조절하며 살고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 틈에 섞여 조용히 살아가던 그녀는 마지막이라 여긴 의뢰를 받아들이며 다시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그녀의 일상은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긴장감 넘칩니다. 골목길을 걷고,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먹고, 조용히 타겟을 추적합니다. 하지만 이번 임무는 평소와 다릅니다. 예상치 못한 변수와 감정의 변화가 그녀를 뒤흔들기 시작합니다. 죽음을 일상처럼 다뤄온 그녀조차 ‘살아있는 감정’에 다시 눈뜨게 되는 과정을 통해, 독자는 그녀가 단순한 킬러 그 이상임을 깨닫게 됩니다.

『파과』는 사건 중심의 스릴러라기보다는, 인간의 감정과 생의 흐름을 따라가는 정적인 이야기입니다. 나이 든 여성이라는 흔치 않은 캐릭터와 ‘죽이는 자’가 아닌 ‘살아내는 자’로서의 킬러를 묘사함으로써, 이 소설은 장르의 틀을 넘어서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깊이 있는 작품으로 완성됩니다.

주제 분석 - 파괴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성

『파과』는 제목 그대로 '과일이 썩거나 상한 상태'를 의미하며, 이는 곧 인물의 내면과 신체 상태를 비유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주인공 조각은 사회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파과’된 상태에 놓여 있지만, 그런 인물을 통해 작가는 역설적으로 인간성의 회복과 존엄을 이야기합니다.

소설은 ‘죽임’이라는 행위를 생계의 수단으로 삼은 킬러가 나이가 들어가며 겪는 감정의 회복과 고독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조직에서 밀려나고, 젊은 킬러들에게 대체되는 현실은 현대사회의 연령주의와 여성혐오적 구조를 강하게 비판합니다. 조각은 그 안에서도 자신의 감정과 기억,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본능을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구병모는 이 소설을 통해 킬러라는 극단적인 설정을 빌려 인간의 존엄성과 정체성을 묻습니다. 우리는 모두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지만, 결국 그 껍질이 벗겨졌을 때 남는 것은 ‘개인’이라는 존재입니다. 『파과』는 우리 각자가 겪는 상처, 소멸,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려는 미약한 의지를 정제된 문장과 조용한 서사로 그려내며, 현대 문학 속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합니다.

느낀 점 - 조용한 문장 속 강한 여운

『파과』는 액션이나 추격전으로 가득한 킬러물과는 다릅니다. 오히려 조용한 일상 속에서 작은 움직임으로 감정을 건드리는, 매우 내면적인 소설입니다. ‘조각’이라는 이름을 가진 주인공처럼, 그녀의 삶은 부서지고 상처투성이였지만, 소설이 끝날 무렵엔 오히려 그 ‘조각’들이 모여 한 인간의 서사로 완성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구병모 작가의 문장은 간결하고 정제되어 있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밀도 높고 묵직합니다. 특히 늙은 여성이라는 존재가 단순한 피해자나 조연이 아니라, 중심인물로 당당히 존재하는 모습은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삶의 끝자락에 있는 인물의 시선에서 본 세상은 새삼 낯설고 서글프며, 그래서 더 인간적입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한동안 그 조용한 감정의 파장이 머릿속에 맴돕니다. 킬러라는 직업적 설정에 가려질 수 있는 인간의 감정, 삶의 흔적,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 느끼는 ‘살아있음’에 대한 인식은 누구에게나 강한 여운을 남깁니다. 『파과』는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현대 사회 속에서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묻는 진지한 질문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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