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별하지 않는다』 – 상처의 기억과 문학의 윤리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강 작가가 2021년 발표한 장편소설로, 한국 현대사의 비극 중 하나인 ‘제주 4.3 사건’을 정면으로 마주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남겨진 자들의 기억, 기록되지 않은 목소리를 문학의 힘으로 되살리는 시도입니다.
고요하지만 단단한 서사로, 한강은 다시 한 번 상처와 슬픔의 윤리를 응시합니다.
✍️ 저자 소개
한강은 1970년생으로, 1993년 『문학과사회』를 통해 문단에 등장한 이래 한국 문학의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채식주의자』로 2016년 맨부커 국제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고, 『소년이 온다』, 『흰』, 『빛과 실』 등의 작품을 통해 고통, 폭력, 존재의 윤리를 탐구해왔습니다. 그의 문학은 직접적인 묘사보다는 함축적이고 시적인 문장으로 고통의 본질을 탐색하며, 독자에게 강렬한 정서적 울림을 전달합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그가 역사 속 집단적 비극을 재현함으로써, 문학이 수행할 수 있는 기억의 윤리를 다시 한 번 깊이 있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 줄거리 요약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으로 실종된 한 남성을 찾아 떠나는 중년 여성 ‘경하’의 여정을 따라갑니다. 경하는 실종자의 흔적을 좇아 제주로 향하고, 현지의 증언자들과 만남을 이어가며 과거의 진실을 조금씩 되짚습니다. 이야기는 선형적으로 흐르기보다는 기억과 감정의 단편들이 이어지며, 현실과 과거, 생존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듭니다. ‘그날’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보다, 살아남은 자의 침묵과 죄책감, 그리고 ‘기억하는 자’의 책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잊히지 않는 고통, 잊히면 안 되는 역사에 대해, 조용하지만 집요하게 말하는 소설입니다.
💭 감상 및 느낀 점
이 작품은 읽는 내내 조용한 분노와 깊은 애도를 불러일으킵니다. 한강은 이번에도 직접적인 묘사를 피하면서도, 그 누구보다 깊이 있는 감정의 기록을 남깁니다. 특히 '말하지 못한 자들의 이야기'를 끌어올리는 방식은 인상 깊으며, 그녀의 문학이 지닌 윤리성과 책임감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기억은 단순히 과거를 떠올리는 행위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책임이자 연대의 시작이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와 닿습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단지 하나의 역사소설을 넘어서, 우리 모두가 함께 짊어져야 할 ‘기억의 무게’를 묵직하게 전합니다.
🔍 주제 분석
『작별하지 않는다』는 세 가지 주요 주제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첫째, ‘기억의 윤리’. 이 소설은 단순한 기록이 아닌, 기억하려는 태도 자체를 문학적 실천으로 삼습니다. 둘째, ‘말해지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도. 이야기 속 인물들은 침묵하거나, 말하지 못했던 과거를 안고 살아갑니다. 셋째, ‘사라진 자들을 향한 작별하지 않음’. 한강은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잊은 존재들과 여전히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말합니다. 이러한 주제는 한강 문학의 지속적 관심사인 폭력 이후의 세계, 문학의 역할과도 궤를 같이하며, 『작별하지 않는다』를 더욱 깊이 있는 작품으로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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